2009년 01월 27일
신도 버린 사람들 - 나렌드라 자다브
저자의 부모님은 바바사헤브라는 불가촉천민 출신 불평등 저항 운동가의 추종자였다. 인도의 독립과 함께 법적으로는 불가촉천민 제도가 폐지되었으나 실제로 힌두교의 율법상 천민에 대한 차별은 현존했다. 그 시기에 바바사헤브라는 법률가는 합법적으로 천민 계층을 지도하여 실질적 평등을 위해 노력하였다. 처음에는 힌두교의 범위 안에서 해결하고자 하였으나 실패하고, 종국에는 불교로 개종하는 방법을 택하여 인간의 평등이 전제되어 있지 않은 힌두교를 버린다.
이에 대해 반영불복종운동, 즉 인도의 독립투사로 유명한 간디는 의회의 입장에서 불가촉천민의 지위 향상을 위해 노력하지만, 근본적인 불평등 해소를 주장하지는 않는다. 즉 간디는 불가촉천민은 전생의 업으로 인하여 현생을 천민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데에는 동의하지만 인간적인 동정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물론 이러한 간디의 정치적 견해는 영국이라는 제3국가가 개입되어 천민 평등 운동이 친영주의적 성격을 가졌던 사실과 완전히 떨어뜨려 생각할 수는 없지만, 사람들이 각자 처한 입장에서 정당한 권리를 찾아 나가는 모습, 즉 억울한 상황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과정은 상당히 이기적인 듯 하다.
간디는 상위 카스트 출신으로서 천민에 대한 불평등보다는 영국의 지배 하에서 받는 인도 국민으로서의 불평등, 그리고 인종 차별에 대한 불평등을 몸소 겪었을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간디는 카스트의 전생의 업에 관한 이야기를 믿으며 카스트는 부정하지 않은 채 자신이 겪었던 불평등 요소들에 대해서만은 현명하게, 평화주의적으로 극복해 나갔다.
반면 바바사헤브는 스스로 천민으로서의 차별을 겪어 보았기 때문에, 인도를 지배하였던 영국과 손을 잡고서라도 도저히 인정할 수 없는 천민에 대한 차별을 극복해 보고자 하였다.
한 단계 더 들어가 글쓴이 자다브의 아버지인 다무는 바바사헤브를 추종하며 아내 소누에게 자신의 신념을 강요하며 심지여 여성인 소누는 가정의 가장인 자신의 종교 개종 의사를 따라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남편의 주장에 소누는 자신이 소중히 여기던 힌두교 신상을 끝내 버리지 못하고 침대 밑에 봉하여 숨겨두기까지 한다.
간디가 진정 카스트를 전생의 업으로 받아들였다면 왜 영국에 의한 지배는 전생의 업이라 생각하지 않았을까? 왜 바바사헤브의 추종자인 다무는 가정 내에서 아내 소누가 여성으로서 자신과 동등한 인간적 권리를 지녀야 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을까?
아무리 구실 좋은 말로 포장하고 허울 좋은 변명을 늘어 놓아도, 결국 사람이 진정으로 노력하는 것은 자신을 위한 것임은 분명한 것 같다. 물론 스스로 어떠한 일이 정당하지 못하다고 자각했을 때, 그저 수긍하고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삶 보다는 극복하고자 하는 삶이 가치가 있어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자신의 부귀영화를 위해 재산을 축적하는 상업적 행위와 이러한 신념적 이성에 의한 행동의 차이는 맹목적 추종의 유무밖에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우리가 어떤 사항에 대하여 불합리하다고 느끼며 나에게 불이익을 가져다 주는 것들에 대해서만 자신의 권리를 찾고자 주장한다면, 사회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서로를 물고 물리는 수레바퀴같이 돌아갈 뿐일 것이다. 대기업은 불합리한 수출입 규제 완화를 주장하고 개인은 경제적 불평등 해소를, 사회적 약자 계층은 기회적 평등을 주장하니 정치인들은 그저 물레만 돌돌 돌리며 이쪽 저쪽 왔다갔다 하면서 선동하면 될 뿐이다. 근본적 융화가 개개인의 마음 속에서 일어나야 하는데 타인을 위해 신념을 가지는 것은 하물며 신에게 기도함에 있어서도 쉽지 않은 일이니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또 한가지 이 책에서 눈여겨 보아야 할 점은, 자다브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가지는 세계관일 것이다. 자다브의 아버지 다무는 넓은 마음으로 모든 것을 포옹하는 사람이었고, 어머니 소누는 단순하고 자신을 둘러싼 주변이 전부인 사람이었다. 두 부모의 인생이 자녀의 인생에 대해 항상 이상적이기만 하지는 않았지만, 교육에 대한 열의와 믿음을 가지고 자녀들을 성공적으로 교육시킨 점과 아이들에게 따뜻하고 작은 세계와 넓은 세계를 동시에 느끼게 해 줄 수 있었다는 점에서 본받을 만 하다고 생각된다.
결과적으로 이 책은 개개인이 가지게 되는 '정의로운 상태' 가 많은 부분 개인의 불평등만을 생각한다는 점에서 안타까움을 느끼게 했지만, 의지와 극복, 그리고 교육을 통한 새로운 세대의 출발의 측면에서는 많은 것을 느낄 수 있게 해주었다. 인도의 당시 상황에 대한 생생한 느낌을 받고 싶을 때 뿐만 아니라 자녀 교육에 관심있는 사람들 역시 읽어보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 by | 2009/01/27 00:17 | Books | 트랙백



